[미션라이프] 삼일교회 전병욱(48) 목사는 한달에 100여권의 책을 직접 구입한다. 인터넷 서점보다는 전체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 간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광화문 교보문고와 생명의말씀사에 가서 20만원에서 40만원 상당의 책을 산다. 그 중 80%가 일반 서적이다. 일단 구입한 책은 대부분 읽는다. 그에게는 3개의 서재가 있다.
A관과 B관으로 나눠 있는 교회와 집에 각각 한 개씩 있다. 아마도 수만 권의 장서가 있겠지만 몇 권인지는 세어보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 청파동 삼일교회 B관에 있는 전 목사의 서재에는 각종 책들이 빼곡하게 차 있는 책장과 함께 자전거 및 등산 용품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는 요즘 등산에 푹 빠져 있다. 자전거도 열심히 탄다.
삼일교회는 출석 성도 2만여 명의 대형교회다. 이 거대한 교회를 담임하는 전 목사는 어떻게 그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을까. 더구나 그는 일주일에 10번 이상의 설교를 한다. 주일에는 각기 다른 내용으로 3번 설교한다.
삼일교회 성도뿐 아니라 매일 전세계에서 3만여 명이 인터넷을 통해서 전 목사의 설교를 듣고 있다. 한 번이라도 대충 말씀을 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전거를 타고, 등산을 즐기며, 매주 10여회의 설교를 준비하는 전 목사가 그렇게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 비결은 성실성에 있다.
그는 새벽 2시40분에 일어나 3시까지 교회에 온다. 새벽 예배를 인도하는 것 외에 12시간 동안은 서재에서 책을 읽는다. 심방도 안한다. 다른 목회자들과도 거의 어울리지 않는다. 이 시간 동안에는 책을 읽고 설교준비 하고 또 책을 읽는다. 그는 스스로 학자적 삶을 산다고 말한다.
교회는 ‘잠수함’이다. 잠수해서 책을 보고 연구하는 곳이다. 책뿐 아니라 동영상으로 세미나도 듣고 영화와 TV 드라마도 본다. 삼일교회는 성도 평균 연령이 약 27세인 젊은 교회다. 담임 목회자가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서재에 있는 운동화는 조던 상표다. 청바지는 스키니진을 입는다. 설교 용어도 신세대 어휘를 사용하려 한다. 자연 젊은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책을 즐겨 본다. 최근에 전 목사는 중 2학년생들이 좋아하는 100곡의 음악을 다운로드 받아서 듣고 있다. “제 나이가 이제 40대 말입니다. 솔직히 하나도 재미없지만 그냥 듣습니다. 맞춰야지요.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지요.” 그러고 보니 전 목사 휴대폰 컬러링도 엠씨몽의 노래다.
전 목사는 독서에도 경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수많은 책을 읽다보면 각 책들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알 수 있다. 새 책을 접하면 그 책의 독특성과 차별성을 집중해서 본다. 차이점들은 금방 찾아낼 수 있다. 그러다보니 한권의 책을 빨리 읽어낼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책을 잘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맹점이 있다. 어쩌다 읽은 한 권의 책에서 감명 받으면 그것 가지고 실컷 이야기다.
목회자라면 그 한 권의 책을 기준으로 설교한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보면 한심하다. 이미 2, 3년 전에 감명 받은 것이기 때문에 ‘저 사람이 새삼스럽게 지금 왜 저런 이야기하지?’라고 생각한다. 전 목사는 자신의 설교 한 편에는 적어도 4, 5권의 책이 녹아 있다고 말한다. 그는 기독물, 일반물 따지지 않고 베스트셀러는 일단 무조건 읽는다.
전 목사의 서재에 있는 책들을 보면 책갈피 위쪽이 접혀 있는 것들이 많다. 조그만 수첩에는 읽은 책 가운데 감명 깊은 구절을 적어 놓은 메모가 빼곡하다. 설교 때마다 책을 즐겨 소개한다. 그가 추천하는 책은 판매량이 일시에 올라갈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 성도들에게 늘 독서를 강조한다. 올바른 독서는 믿음을 고양시키고 섭리 가운데 돌아가는 세상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설교자로서 전 목사는 이야기를 잘 사용한다.
스토리텔링에 강하다. 수많은 설교가 가능한 것은 이야기에 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이야기를 자기의 체험을 통해서 만들 수 없다. 책의 도움을 받는다. 책 속의 이야기들을 자기화 할 때에 주어진 상황에 맞는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했던 이야기를 또 하면 식상하기 때문에 좋은 설교를 위해서는 엄청난 독서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는 왕성한 저자다.
그동안 40여권의 책을 냈다. 대부분 베스트셀러가 됐다. 많이 썼을 때에 좋은 것이 나온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 시대에 맞는 언어를 사용한다. 동시대적인 책, 동시대적인 설교가 중요하다. CCM(comtemporary christian music)과 같이 CCB(comtemporary christian book)가 나와야 한다고 믿는다. 전 목사는 자신이 쓴 모든 책이 검증된 것이라고 말한다.
해보고 나서 되는 것을 말하고 썼다는 것이다. 그래서 힘이 있는지 모른다고 진단한다. 효과적인 독서를 위해서는 좋아하는 작가군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것은 그가 수많은 책들 가운데 좋은 책을 고르는 비결이다. 한 권의 책을 잘 쓴 작가의 다음 책도 좋게 마련이다. 유진 피터슨이나 댈러스 윌라드의 책은 무조건 산다.
이들은 독자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 존 맥스웰은 별로다. 너무 짜집기한 흔적이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열심히 산다. 무엇을 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려 한다.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한다. 책을 읽더라도 끝장을 보며, 자전거를 타더라도 죽기까지 탄다. 하나를 고갈시켜야 더 좋은 것이 나오기 때문이다.
‘약하지만 하나님 손에 붙들려 있는 사람’이 그가 추구하는 일생의 모토다. 오늘도 전 목사는 새벽 2시40분에 일어나 교회로 온다. 그리고 서재에 앉아 12시간 동안 책을 본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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