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4 March 2010

고단 - 유병무

아내가 내 손을 잡고
잠든 날이었습니다
고단했던가 봅니다
곧바로 아내의 손에서
힘이 풀렸습니다

훗날에는,
함부로 사는 내가 아내보다 먼저
세상의 만남과 손을 놓겠지만
힘이 풀리는 손을 느끼고 나니
그야말로 별세라는 게
이렇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날이 오면,
아내의 손을 받치고 있던
그날 밤의 나처럼 아내도
잠시 내손을 받치고 있다가
내 체온이 변하기 전에 놓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는 아내따라 잠든
내 코 고는 소리를 서로 못듣듯
세상에 남은 식구들이 조금만
고단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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